» 2009년 6월 - 해당되는 글 11건
09/06/28   『자기 앞의 생』 - 좀더 시간을 거슬러 .. 
09/06/25   터닝 포인트 ? 
09/06/22   오늘의 책, 그동안 읽은 책 세 권 - 섬 문학 삼종 세트 (2)
09/06/19   『남쪽으로 튀어』 - 스스로를 시험하는 무대; 
09/06/17   성당에서 결혼식하기 대(?)작전 - (2)
09/06/15   故 노무현 前 대통령과의 사소한 인연 (이라고는 하지만 잡담) (4)
09/06/09   우리들의~ (14)
09/06/06   비밀의 문 앞에 선 코렐라인은 왜 도망쳐야 했을까? (2)
09/06/05   서점 나들이 - 『정조어찰집』, 역사를 만나다! 
09/06/03   비오는 날이면 오이도에 가야 한다 - (6)
09/06/01   인생을 소설의 속도감으로 살 수 있다면 - 
『자기 앞의 생』 - 좀더 시간을 거슬러 ..

written on 09/06/28 15:52 | 2 밑줄 | by 상철
그녀는 계속해서 일을 해야 했다. 그녀는 거기가 녹음실이라고 내게 설명해주었다. 화면의 등장인물들은 말을 하는 것처럼 입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목소리를 불어놓어주는 것은 그 녹음실 사람들이었다. 어미새들처럼, 그들은 등장인물들의 목소리에 소리를 심어주고 있었다. 순간을 놓쳐서 목소리가 제때에 나오지 않으면 다시 해야 했다. 그러면 멋진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서 살아 있을 때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단추를 누르자 모든 것이 뒷걸음질쳐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자동차들이 거꾸로 달리고 개들도 뒤로 달리고, 무너졌던 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시체에서 총알이 튀어나와 기관총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살인자들은 뒤로 물러서서 뒷걸음질로 창문을 훌쩍 넘어 나갔다. 비워졌던 잔에 다시 물이 차올랐다. 흐르던 피가 시체의 몸으로 다시 들어가고 핏자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으며 상처도 다시 아물어버렸다. 뱉은 침이 다시 침 뱉은 사람의 입으로 빨려들어갔다. 말들이 뒤로 달리고 팔층에서 떨어졌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서 창문으로 돌아갔다. 거꾸로 된 세상, 이건 정말 나의 빌어먹을 인생 중에서 내가 본 가장 멋진 일이었다. 나는 튼튼한 다리로 서 있는 생기 있는 로자 아줌마를 떠올렸다. 나는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 아줌마를 아름다운 처녀로 만들었다. 그러자 눈물이 났다.

급히 가야 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거기에 머물면서 맘껏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나는 화면에 나오는 그 착한 여자가 죽었을 때, 보는 이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잠시 죽어 있다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이 일어나 뒤로 가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그 여자가 "내 사랑, 나의 가엾은 사랑"이라고 부른 그 남자는 더럽게 생겼지만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그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화면을 맨 앞으로 돌려서 처음까지 가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중 털보 하나는 재밌다는 듯이 낄낄거리면서 그러다가 "지상 낙원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가 덧붙여 말하기를, "불행하게도, 다시 시작해봤자 결국 그게 그거야"라고 했다. 금발의 그 아가씨는 자기 이름이 나딘이라는 것과 자기가 하는 일이 바로 영화에 사람의 목소리를 불어넣어주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너무 만족스러운 나머지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생각해보라, 불타서 잿더미가 되었던 집에 불이 꺼지고 다시 일어서는 장면을. 이건 직접 눈으로 보아야 한다. 남의 눈을 통해 보는 것과는 다르다.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중

» 태그: 없음 | 관련글(트랙백) | 댓글


터닝 포인트 ?

written on 09/06/25 17:37 | 7 살아가는 이야기 | by 상철
아침에는 마을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걸어서 출근하는 편이다. 그러면 대략 20분 정도는 걸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지하철-회사 구간의 경우 지하철이 신도림역 들어가기 전에 신호대기로 머무르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가끔 급하게 걸어가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날에는 빨리 걸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건너야 할 건널목에서 되도록 빨리 건너야 한다. 만약 제때 못 건너면 열심히 회사까지 뛰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

급할 때엔 전방의 신호등을 주시하면서 걷는데, 간혹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방의 신호등이 바뀌면 좌우를 확인하고 횡단보도 훨씬 전에 건너곤 한다. 이건 타이밍이 중요하다. 건널 수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건널 수 있는 지점과 신호등을 확인하고 발빠르게 길을 건너는 기술(?)인데 말로 쓰니 복잡해보이네. 하하. 암튼 그 지점을 지나면 원하는 순간에 길을 건너지 못하는 안쓰러운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그럼 기다렸다 신호 바뀌면 열심히 뛰어야지 뭐. =.=

그래서 아침에 간혹 그런 생각이 스친다.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들어갈 포인트를 놓치면 다음 기회를 잡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아는 길은 이게 쉽다. 어디서 좌측으로 가고 우측으로 가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다들 알겠지만 이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우리가 늘 맞서야 하는 상황은 '아는 길'에서가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모르는 길'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늘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시기해질 가능성이 많으니까. '아는 길'만 다니면 참 좋겠지만 사는 게 그렇지 않다는 거 대부분 잘 알고 있지 않나.

난 보통 이런 선택에 그다지 능하지 않은 사람이다. 비교적 최근의 선택이라면 여자친구랑 위기 상황 때인데, 그 선택에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 살아가면서 늘 올바른 선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합당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늘 주의를 기울이면서 살아야겠다. 헤헤.


근데 예전에도 비슷한 글 쓴 적 있는 것 같다. 데자뷰 느낌이 확 오네. ;)
» 태그: 없음 | 관련글(트랙백) | 댓글


오늘의 책, 그동안 읽은 책 세 권 - 섬 문학 삼종 세트

written on 09/06/22 19:08 | 1 책 | by 상철




그동안 세 권의 책을 읽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인데, 이탈로 칼비노, 어슐러 K. 르 권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작가 삼인방에 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밑줄 긋는 남자』에서 주인공 심정이 이해되더라니까~

물론 조세희씨의 위치는 독보적이고. 나이가 어렸을 쩍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었을 때의 충격(?)때문에 내게 있어 이분 위치는 변할 수가 없다. 하하.

무의식적인, 의식의 흐름 기법에 의한 잡설은 그만하고 그동안 읽은 책 목록부터 읽은 순서대로 적어봐야겠다.



혼자 생각인데, 우연하게도 나름 절묘한 순서로 책을 읽은 것 같다. ^^; 『남쪽으로 튀어』 같은 경우는 가벼운 입문서랄까. 갠적으로 『공중 그네』보다 훨 재미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제목에 언급된 남쪽이 바로 '오키나와' 주변의 섬이라는 거다. 오키나와는 예전에 류큐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어쨌거나 저 세 권 중에는 처음 읽기에 제일 무난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順伊 삼촌』은 전에 쓴 글에도 언급되어 있으니 그다지 많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 세 권의 책 중에서 제일 폐부를 찌르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의 이야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소설 자체도 순수소설이고 정면으로 제주도의 4.3사건을 다루었기 때문이겠지. 섬이란 지정학적 위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낭만적인 것은 아닌가보다.

『태양의 아이』라는 소설은 이를테면 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 동화 치고는 전체적으로 내용이 우울하다. 주인공이니 후짱의 성격이 워낙 밝고 강한데다가 주인공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동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긴 한다. 이 소설은 고베에 사는 오키나와 사람들에 대한 얘기인데 중반으로 가면 도대체 오키나와란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이 나온다.

예전에 학교에 다닐 때 오키나와에 일이 있어서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런 말을 들었더랬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 사람도 싫어하고 미국 사람들도 싫어해서 차라리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단 얘기.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런지 대충 알게 됐다. 그리고 보니까 오키나와도 섬 한 군데만이 아니라 여러 섬이 존재하고 그 섬들 사이의 문제도 꽤 많았나보더라. 무지막지한 인두세 얘기도 나오고. 하긴 현기영의 소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것 같더라.

제주도나, 오키나와 & 부속섬들 같이 아름다운 곳에 이다지도 슬픈 역사가 있다니 그저 망연할 따름이다. 저런 책이라도 읽으면서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근데 *****들이 하는 꼬라지들을 보니 울화통이 터진달까. 하하.


덧붙임) 얼마만의 오늘의 책인지 모르겠다. =.=

» 태그: 없음 | 관련글(트랙백) | 댓글(2)


[이전 목록]   [1][2][3][4]   [다음 목록]


copyright by 눈이오면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tatter tools. skin by old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