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하반기 독서

2005년 하반기에 읽은 책은 총 26권. 상반기에 22권 읽었으니, 올해 총 48권 읽었다. 한달에 4권씩 읽었으니 목표 달성. 내년에도 이만큼 읽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니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2005년 읽었던 책 중에서 베스트를 꼽는다면,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이』, 어슐러 르 귄의 『로캐넌의 세계』, 시어도어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 가브리엘 G. 마르께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정도가 될 것 같다.

2006년에는 어떤 책으로 인해 웃고, 울고, 생각하게 되고, 그럴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

01. 조셉 콘라드, 암흑의 핵심
02. 권정생, 몽실언니
03. 바바라 워커, 흑설공주 이야기
04. 잭 피니, 바디 스내처
05. 가브리엘 G. 마르께스, 백년 동안의 고독 *
06. 앨리스 피터스, 수도사의 두건
07. 마이크 레스닉, 키리냐가 1,2
08. 가브리엘 루아, 내 생애의 아이들
09. 에드 맥베인, 경찰 혐오자
10. 더글라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11.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긴 일요일의 약혼 (고려원)
12. 조안 해리스, 초콜릿
13. 조지프 파인더, 하이 크라임스
14. 로저 젤라즈니, 저주받은 자, 딜비쉬
15. 아이작 싱어,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16. 제리 퍼넬, 용병
17. 폴 오스터, 뉴욕 3부작 *
18. 야마모토 후미오, 블루 혹은 블루
19. 허먼 멜빌, 빌리 버드 *
20. 유메마쿠라 바쿠, 음양사 1
21. 유메마쿠라 바쿠, 음양사 2
22. 어슐러 르 귄, 로캐넌의 세계 *
23. 커트 보네거트, 저 위의 누군가가 날 좋아하나봐 *
24. 해리 터틀도브, 비잔티움의 첩자
25. 오가와 요코, 박사가 사랑한 수식
26. 위화, 내게는 이름이 없다

(* 마음에 들었던 책)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읽고

주말에 모든 나들이가 취소되는 바람에 침대에 누워서 혹은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덕분에 700페이지를 가뿐히 넘기는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다 읽었다.

끝없는 수다의 연속이기에 – 읽어보면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 소설 첫 부분에서는 꽤나 헤맸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책에 쏙 빠져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네드와 베리티, 테렌스, 토시, 베인, 등등. 등장인물 모두 너무 사랑스럽다.

SF를 가장한 역사소설이며, 로맨스소설, 약간 추리소설 같기도 한 복잡한 소설.

베리티가 시차증후군에 걸려서 네드에게 횡설수설 얘기하는 부분도 다시 읽고 싶고, 네드가 네트에서 실종된 베리티를 찾기 위해 고군군투하는 부분도, 그리고 맨 첫 장면.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고 싶다, 이번엔 장면, 장면을 음미하면서.

하지만 쌓여있는 책이 많아 그럴 수는 없다. 다음 타자는 누구로 할까나. =.=

순서로 보자면 『둠즈데이 북』을 읽는 것이 옳겠지만, 『둠즈데이 북』은 우리나라에 출간된 코니 윌리스의 마지막 책이니, 한참 뜸을 들인 후에 읽을테다. (라기 보다는, 『둠즈데이 북』은 무려 820페이지!!)

『개는 말할 것도 없이』를 읽은 후에 관심을 갖게 된 책이 몇권 있다. 우선 제롬 K. 제롬의 『보트를 탄 세 남자 –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도로시 L. 세이어스의 『나인 테일러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우주복 있음, 우주 출장 가능함』 (혹은 『은하를 넘어서』). 이 세 권이 특히 보고 싶다. 이름은 익히 들어보았던 『월장석』이란 책도 약간 관심을 가지게 되긴 했지만.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롬의 『보트를 탄 세 남자 –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번역본이 있는 지도 의심스럽고, 하인라인의 『은하를 넘어서』는 대부분의 SF가 그렇듯이 이미 절판되었다.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책은 세이어스의 『나인 테일러스』. 동서문화사 DMB 시리즈에 세이어스의 책이 두 권 있다. 상기한 책과 『의혹』. 오늘 책을 다 읽고 세이어스의 책이 궁금해서 교보에 가봤다. -_-v DMB 시리즈 책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재번역으로 나오지 않는 한 언젠가는 사야하지 않을까 싶다. 해리엇과 피터경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 맹독은 번역되지 않은 듯.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번역될 날이 있을라나.

아,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 리뷰를 몇 개 찾아봤는데 『제인 에어 납치사건』과 비교한 사람이 몇명 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사야할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됐구나.

다음 책은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결정~ (쥴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와의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라는 책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난 이 책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친구 생일선물 사려고 성대 앞 풀무질에 들러서 고른 책이 코니 윌리스의 책이었다. 그 당시에 코니 윌리스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던 것도 아니고 이 책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열린책들에서 나온 책이라 책을 집었는데 뒷장에 적힌 글과 해설을 잠깐 읽고 재밌겠다 싶어서 산 것 같다. 몇 년 된 일이다.

선물해주고 이 책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얼마전부터 이 작가의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새로 번역된 『둠즈데이 북』도 얼마 전에 주문. 책이 어찌나 두꺼우신지. 들고 다니면서 읽기 참 괴로울 것 같다. 사실 코니 윌리스의 소설은 단편 하나 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화재 감시원 (Fire Watch)」라는 단편인데 출판매체를 통해 읽어본 건 아니고, 어느 분이 인터넷에 번역해 올려놓으신 덕분에 읽어볼 수 있었다. :)

그런 때가 있다. 정작 영화를 볼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보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 영화 이래서 좋구나, 라며 뒤늦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 「화재 감시원」이라는 단편이 그런 느낌을 줬다. 읽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생각할수록 평가가 좋아진다. 역사를 보는 코니 윌리스의 따뜻한 시선이 마음에 든다.

「화재 감시원」을 읽고 키브린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둠즈데이 북』을 주문했고, 『둠즈데이 북』을 읽기 전에 『개는 말할 것도 없이』를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강박관념이 들길래 고민 좀 하다가 며칠 전에 주문, 어제 책을 수령했다. (고민을 한 이유는 책값이 좀 비싸서.. -_-)

어제 배송된 따끈따끈한 책을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다. 마침 아서 코난 도일경의 『잃어버린 세계』를 어제 다 읽었기에 타이밍이 잘 맞았다.

선물 받았던 친구는 읽고나서 재미있었다고 했는데 난 어떤 느낌을 갖게 될 지. 기대가 된다.

참고로 이 책은 시간여행을 다룬 “SF”다. (이거 반전인가?)

「화재 감시원」만 놓고 본다면 – 『개는 말할 것도 없이』와『둠즈데이 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 SF의 측면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 생각하기에 “SF”라는 딱지 때문에 어떤 책을 외면한다는 건 좀 웃기지 않을까 싶다.

책을 고르거나 읽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SF”나 “환타지”, “순수”, “대중”과 같이 소설 앞에 붙는 단어보다는 그 소설의 작자가 그러한 형태를 어떻게 적절히 이용하여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가.. 그 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코니 윌리스에 대해 궁금해졌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길.

코니 윌리스 소개
화재 감시원 번역
원문 http://www.infinityplus.co.uk/stories/firewatch.htm

덧붙임) 생각해보니 읽지도 않은 책에 대해서는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말을 하면서 읽은 책에 대해서는 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