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상반기/하반기 독서

대략 6월 이후로 매우 바빠서 상반기 독서는 올리지 못했었는데, 연말을 맞아 한꺼번에 올립니다. 올해는 33권의 책을 읽었네요. 한달에 세 권 정도는 읽으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요. ^^;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책장에 쟁여놓은 책, 언제 다 읽을까 싶습니다. 하하.

올해 읽은 책 중 제일 인상적인 책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입니다. 이런 작가를 왜 이제서야 만났나 싶더라고요. 이 책은 여력이 된다면 언젠가 한 번 소개를 해볼까 싶기도 합니다. (과연…?)

이번에는 별점을 한 번 붙여봤습니다. 작가가 정성스럽게 쓴 책에 별점을 붙이자니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네요. ^^;

* 2008년 상반기 독서

01. 제롬 K. 제롬, 『보트 위의 세 남자』 ***½
0x. 조앤 K. 롤링,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1 **
02. 켈리 링크, 『초보자를 위한 마법』 **
0x. 조앤 K. 롤링,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2
0x. 조앤 K. 롤링,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3
03. 러브 크래프트, 『광기의 산맥』 **
0x. 조앤 K. 롤링,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4
04. 팀 보울러, 『리버보이』 *½
05. 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
06. 조앤 K. 롤링,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5 **
07. 츠츠이 야츠다카, 『시간을 달리는 소녀』 **
08. 프란츠 카프카, 『변신 & 시골의사』 (민음) ***
09. 쿠르트 쿠젠베르크, 『베르트람 아저씨는 어디에?』 **½
10. 우타노 쇼고,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½
11. 와카타케 나나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12. 백민석, 『불쌍한 꼬마 한스』 ***
13. 다니엘 페낙, 『마법의 숙제』 **
14. 오쿠다 히데오,『공중그네』 *½
15. 마르셀 에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

* 2008년 하반기 독서

01.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 『화성의 공주』 **
02. 루이스 세풀베다, 『귀향』 **
03. 이희수 外, 『이슬람』 **
04. 파스칼 브뤼크네르, 『새 삶을 꿈꾸는 식인귀들의 모임』 **
05. 차오원쉬엔,『 빨간 기와』 1
0x. 차오원쉬엔,『 빨간 기와』 2 ***

06.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
07. 미야베 미유키, 『쓸쓸한 사냥꾼』 **
08. 장하준 & 정승일, 『쾌도난마 한국경제』 ***
09. 이기호, 『최순덕 성령충만기』 ***
10. 이언 매큐언, 『첫사랑, 마지막 의식』 ***
11. 미야베 미유키, 『인생을 훔친 여자』 ***½

12. 이어령, 『디지로그』 *
13. 빌 벨린저, 『이와 손톱』 **
14. 아모스 투투올라, 『야자열매술꾼』 **
15. 야마모토 테루,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 ***½
16.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17. 닉 밴톡, 『그리핀 & 사비네』 *½
18. 프리츠 라이버, 『아내가 마법을 쓴다』 **½

『첫 사랑, 마지막 의식』 – 사람들을 보면 더 웃겼다

어느 날 아침, 메이지의 악몽 덕분에 긴 밤을 보낸 나는 그녀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이렇게 말했다. “대체 당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왜 다시 일하지 않는 거야? 기나긴 산책, 오만가지 분석, 종일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기, 오전 내내 침대에서 구르기, 타로카드, 악몽… 대체 원하는 게 뭔데?”

“생각 좀 정리하려고.” 그녀는 늘 하던 대답을 되풀이했다.

“당신 생각, 당신 영혼, 그건 호텔 주방 같은 게 아니야. 모르겠어? 오래된 통조림 깡통 버리듯 내던질 수는 없다고. 그건 어떤 장소라기보다 강 같은 것에 더 가까워. 움직이며 쉴 새 없이 변하는 강더러 똑바로 흐르라고 강요할 수는 없잖아.”

“그 얘긴 그만해.” 그녀가 말했다. “강더러 똑바로 흐르라고 강요할 맘 없어. 단지 복잡한 머릿속을 좀 정리하고 싶을 뿐이야.”

“뭔가 해야지.”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않고 어쩌려고. 왜 일을 다시 안 해? 일할 적에는 악몽을 꾸지 않았잖아. 일할 때는 이렇게 불행해하지 않았어.”

“난 거기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었어. 그게 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그녀가 말했다.

“유행이겠지. 모든 게 다 유행이지. 유행 메타포, 유행 강의, 유행 독서, 유행병. 융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야? 한 달에 겨우 열두 페이지 읽으면서.” 내가 말했다.

“그만둬.” 그녀가 부탁했다. “당신도 알잖아, 이런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거.”

그러나 나는 계속했다.

“당신은 어차피 뭐가 돼 본 적도 없어. 여태 제대로 해 놓은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어린 시절 그 흔한 고생 한번 안 했잖아. 당신의 센티멘털한 불교, 그 싸구려 신비교, 향 테라피, 잡지에나 나오는 점성술… 그중 당신 것은 하나도 없어. 당신 스스로 만들어 낸 게 없다고. 당신은 실족했어. 그 잘난 직관의 늪에 발이 빠진 거라고. 당신은 자신의 불행을 넘어 뭔가를 진지하게 인식하려는 열정도 독창성도 없는 사람이야. 왜 당신 영혼을 다른 사람들이 케케묵은 진부함으로 채우고 악몽에 시달리는 거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소설 강의 시간이 따로 없네.” 메이지가 말했다. “당신은 왜 자꾸 날 더 힘들게 해?” 그녀는 울컥 솟는 자기 연민을 억눌렀다. “당신이 입을 열면…, 알아? 내가 꼭 종이처럼 구겨지는 것 같아.”

“소설 강의 맞나 보군.” 내가 침울하게 말했다.

- 「입체기하학」 中

나는 삼촌들과 연일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불쌍한 우리 아버지, 그 밖에 내가 알고 있는 친척 누구보다 부자였다. 제분소에서 열두 시간 작업을 마친 후 창백하고 언짢은 얼굴로 저녁에 귀가하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코웃음이 났다. 아침이면 너나없이 연립주택에서 몰려나와 일주일 내내 혹독하게 일하고, 일요일에 잠깐 쉰 뒤 월요일에 다시 제재소, 공장, 목재 저장소, 런던의 부둣가로 돌아가 매일 저녁 더 늙고 피곤하고 가난해져서 집에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더 웃겼다. 찾잔을 사이에 두고 나와 레이몬드는 타인의 이익을 위해 들어 올리고 파고 떠밀고 포장하고 시험하고 땀 흘리고 신음하며 일생을 사는 이 소리 없는 기만을 비웃고, 그들이 평생 비굴함을 미덕이라 자위하며 단 하루도 이 지옥에서 농땡이 친 적 없음을 자부하는 태도를 비웃었다. 무엇보다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순간은 밥 삼촌이나 테드 삼촌, 혹은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 중 몇 실링 (특별한 경우에는 10실링짜리 지폐)을 손에 쥐어 줄 때였다. 그들이 일주일 내 아웅다웅해서 버는 돈이란 게 서점에서의 오후 한탕 벌이보다 못하다는 걸 뻔히 아니까 나는 웃음이 났다. 물론 조심스레 웃어야만 했다.

- 「가정 처방」 中

서점 나들이 – 이언 매큐언


Panasonic LUMIX LX2, P mode, resize & sharpen edge & auto-level

이언 매큐언, 『첫사랑, 마지막 의식』 (Media2.0)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739721

<어톤먼트>의 원작자 이언 매큐언의 단편집이 출간됐습니다. 교보에서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DVD를 선물로, YES24나 알라딘 같은 곳에서는 <밀리언달러 베이비> DVD를 선물로 주는군요. 어차피 이언 매큐언의 작품에 대해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DVD도 받을 겸해서 이번에 한 권 사야겠어요. 사실 <어톤먼트>의 원작인 『속죄』를 더 읽어보고 싶긴 하지만요. 부커상 수상작인 『암스테르담』이나 서머셋 몸 단편소설상 수상작이자 첫 소설집인 『첫사랑, 마지막 의식』의 경우 불편한 내용들이 많다는 얘기가 있어서요. 이를테면 강간이나 근친상간 등의;

암튼 <어톤먼트>를 보시고 마음에 들었던 분들은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도 관심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이 작가 나름대로 많은 작품이 출간되어 있답니다. ^^

주제 사라마구,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해냄)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3379429
라오서, 『낙타샹즈』 (황소자리)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508413
미하엘 엔데, 『거울 속의 거울』 (메타포)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700324
올슨 스콧 카드, 『엔더의 게임』 (루비박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124666

재간된 작품들입니다.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는 제목이 바뀌어서 나왔군요. 예전에 문학세계에서 모든 이름들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입니다. ‘~자들의 도시’ 시리즈로 보이겠군요. 근데 『눈먼/눈뜬 자들의 도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라오서의 『낙타샹즈』는 예전에 몇 차례 번역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전 김용옥씨가 번역한 판본을 가지고 있죠. (제목은 『루어투어 시앙쯔』입니다) 책 소개를 조금 옮기자면 ‘베이징에 사는 인력거꾼 샹즈의 비참한 일생을 그린 이 소설은, 당대 하층민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묘사’했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절판되어 있었던 『거울 속의 거울』도 재간되었군요. 미하엘 엔데는 김삼순으로 인해 다시 주목받은 『모모』 외에도 관심을 가질만한 많은 작품을 남겼죠. 이 책도 절판된 후 많은 사람들이 구하고 싶어했던 책입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엔데가 창조한 환상의 세계에서 깊은 사색에 빠지시길 바랍니다. ^^

역시 절판되었던 『엔더의 게임』도 다시 출판되었습니다. 출판된 건 반가운데 출판사에서 엔더 위긴 시리즈를 모두 출판할 지가 관건일 것 같네요. 모쪼록 잘 팔려서 나머지 작품들도 모두 번역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 판본으로 나온 『제노사이드』랑 『엔더의 아이들 』구해야하는데, 쉽지 않네요. ^^)

고종석, 『도시의 기억』 (개마고원)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7690743

아름다운 문체로 유명한 고종석씨의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지은이가 머물렀던 여러 도시들에 관한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작가가 소개한 도시 중 제가 가본 곳은 다섯 군데이군요. ^^

*****

찰스 부코우스키, 『팩토텀』 (문학동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3513
콜린 M. 턴불, 『숲 사람들』 (황소자리)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508375
올슨 스콧 카드,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 (북하우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05200X

근래 나온 책은 아닌데 작년에 소개를 못한 책 몇 권을 모아봤습니다. 부코우스키의 『팩토텀』은 『우체국』, 『여자들』과 함께 부코우스키 3부작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팩토텀』이 그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하네요. 아마도 예전에 출판됐던 『미친 시인의 사랑』이 『여자들』이 아닐까 싶네요. (문학사상사에서 『시인의 여자들』이란 이름으로도 출판된 것 같고요)

이 책에 대한 소개는 http://blog.aladdin.co.kr/arsistesis/1770300 -> 이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숲 사람들』은 인류학의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작품입니다. 저자 콜린 턴불이 피그미족과 함께 살았던 3년 간의 경험을 엮어낸 책이라고 합니다. 알라딘 독자 리뷰 중 한 구절이 와닿네요. ‘이런 마음 따뜻한 보고서가 또 존재할까?’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한 권 사놓고 읽어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당신도 해리 포터를 쓸 수 있다』라는 매우 난감한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의 원제는 How to Write Science Fiction & Fantasy 입니다. 직역하면 과학소설과 판타지 쓰는 법이죠. 그런데 뜬금없이 해리 포터라니. 올슨 스콧 카드라는 명망있는 작가에게는 꽤나 불쾌하게 느껴질 만한 제목입니다. 어쨌거나 위에서도 언급한 엔더 위긴 시리즈의 작가이자 휴고상 네뷸러상 등 굵직한 상의 수상작가인 올슨 스콧 카드의 경험이 담긴 책이니 이쪽 분야에서 글을 써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관심을 기울일 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

짤방은 예전에 찍었던 책장 사진 리바이벌 (좀더 사진을 크게했다는 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