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말이나 행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떤 사람을 통해 전해지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이 될 수도,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회수는 전하는 사람의 주관적 시선이겠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란 영화가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지 않나 싶다. 하나에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에 대해 네 명의 다른 시선들이 묘사된다고 하던가. 아쿠타가와 류노스테가 영화 <라쇼몽>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인데, 원작소설도 그랬던 것 같다. 워낙 오래전에 읽어서인지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네.

문제는 내가 전달받은 탱자가 원래 귤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뭐였는지 확인을 해야 회수한테 왜 귤이 아니라 탱자를 줬는지 따지거나, 귤은 먹는 사람이 직접 회수를 건너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거나 할 거 아닌가 싶다.

귤을 ‘내가 알고자 하는 실체, 혹은 진실’이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주는 탱자와 금귤 같은 같은 걸로 실체에 접근하기는 너무 힘들다. 진실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은 더더욱 힘들고.

하지만 인간의 일들이라는 것도 다 그렇지 않던가. 실체를 파악할 시간은 부족하지만 뭔가 입장의 정리라는 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들의 연속.

하긴 나 역시 수많은 탱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지~

메모리얼 다이어몬드와 양자얽힘에 관한 잡담

1. 어느날 문득 “새로운 장례방법, 무덤 대신 반짝이는 보석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내용을 보니 화장하고 남은 탄소 등을 이용해 메모리얼 다이어몬드을 만들어 간직할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장례방법, 무덤 대신 반짝이는 보석으로

2. 전민희 작가의 세월의 돌이라는 소설에 엔젠이라는 보석이 나온다. 이 엔젠이라는 것은 생명 그 자체를 결정화한 보석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사람을 보석에 가둬놓는 개념이랄까.

3.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이 저거 엔젠이랑 비슷하네, 였다. 메모리얼 다이어몬드를 만들면서 DNA 정보를 추가할 수 있다면 기술이 발달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복제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메모리얼 다이어몬드화된 그 사람은 아니겠지만.

4. 양자이론 중에 양자얽힘이란 이론이 있는데 과거에 서로 상호작용했던 전자와 작은 입자들은 서로 멀리 떨어진 뒤에도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두 입자의 거리가 무한히 멀어져도 한 입자가 변화하면 다른 입자에게도 그 변화가 즉시 일어난다고 한다.

양자얽힘은 실재하는가

5. 혹시나 & 혹시나 말이지. DNA에 의해 복제되었을지라도 복제되기 전의 기억 같은 것들이 공유될 수 있는 건 아닐까? 양자얽힘이란 현상도 우리 상식과는 크게 다른 현상이라고 하니 말이다.

언젠가는 엔젠과 유사한 개념의 뭔가를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잡생각이 들더라.

6. 그나저나 세월의 돌 후속편은 없겠지? 작가가 같은 세계관으로 5부작을 쓰려고 한다는 얘기를 듣긴했지만, 이어지는 소설을 쓸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니.

2014, 위런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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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뛰었던 하프마라톤. 그동안 뛰지 않았던 거 생각하면 생각보다 기록이 좋다. 처음에는 2시간 안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잡았는데 뛰어보니 2시간 10분이 현실적인 목표겠다 싶었고, 그 마저도 쉽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2시간 5분 안에 들어왔다. 헤헤.

18K 정도 뛰니 너무 힘이 들어서 좀 걸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위기(?)를 극복했다. 아무래도 패스메이커 아저씨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위런서울은 걸으면서 즐기시는 분들 덕분에 뛰기에는 좋지 않은 대회로 변하고 있었지만 하프는 그런 사람들이 적어서 즐겁게 뛸 수 있었다. 초창기 여의도에서 뛰었던 휴먼레이스 분위기였달까.

일년에 한 번 정도는 하프 뛰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내년에도 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