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

삶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힘든 것이다.
어려움에서 나를 구출해내는 것도,
곤경에 빠뜨리는 것도 나 자신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나를 방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뭔가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에는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추적해보아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항상 당신을 가로막는 것은 당신이었다.

- 알프레드 아들러

『민들레 소녀』 – 어제는 사슴, 오늘은 당신을

“그제는 토끼를 보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어제는 사슴, 오늘은 당신을.”

- 로버트 F. 영, <민들레 소녀>

어쩜 이렇게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을까. 오랜만에 단편 읽고 감동했다. 인용하는 문구는 그 자체로는 특별히 인상적이지않지만 읽고 난 후에는 충분히 기억에 남을만한 문구다. ^^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시 전문을 올렸으니 저작권법으로 걸릴 수도 있겠네요. 이런 시 못 올리게 개정한 저작권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앵무새 죽이기』 1부 – 그 사람의 입장에서

언젠가 대화 중에 멘토란 말이 나와서 오늘 한 번 찾아봤다, 대충 의미는 짐작이 가는데 또 다른 뜻이 있을까 싶어서. 보니까 ‘스승, 은사, 조언자’란 뜻이라고 한다. 이 단어가 언제부터 대중적으로 많이 쓰였는지는 모르겠다. 멘토란 말을 쓰면 폼나는 건가? 하긴 아점을 누르고 브런치라는 말이 유행하는 나라니까.

암튼 폼나게 말하자면 요새 나의 멘토는 –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람은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인물이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저렇게 완벽한 아빠가 있을까 싶다. 스카웃과 젬은 정말 복받은 애들이다.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건 B+ 정도 주면 어떨까 싶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냐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냐에는 C나 C+이 아닐까 싶다. 좀 많이 노력해야 1/10이라도 닮을 수 있겠다 싶네.

아빠가 말씀하셨다.

“우선 첫째. 스카웃, 네가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아빠?”

“- 말하자면 그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야.”

“넌 그걸 이해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어려. 하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 손에 쥐고 있는 성경책은 누군가가 – 그렇지, 네 아빠가 손에 쥐고 있는 위스키보다도 더 나쁘단다.”

아줌마가 말씀하셨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아빠는 술을 마시지 않으세요. 지금까지 한 방울도 마시지 않으셨어요 – 아니에요, 마신 적이 있어요. 언젠간 한 번 술을 마신 적이 있지만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모디 아줌마가 웃으셨다.

“네 아빠를 두고 말한 것이 아니었어. 내 말은, 네 아빠가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신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말짱할 때처럼 그렇게 착하시다는 거야. 세상에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 – 죽은 뒤의 세계를 지나치게 걱정하느라고 지금 이 세상에서 사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 말이야. 길거리를 쳐다보려무나, 그 결과를 보게 될 테니까.”

“그 사람을 변호해선 안 된다고 하는데, 왜 하시는 거예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읍내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고, 이 군을 대표해서 주의회에 나갈 수 없고, 너랑 오빠에게 어떤 일을 하라고 다시는 말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야.”

“아빠가 그 사람을 변호하지 않으시면, 오빠랑 저랑 이제 더 이상 아빠 말씀을 안 들어도 괜찮다는 말인가요?”

“그런 셈이지.”

“왜요?”

“왜나하면 내가 너희에게 내 말을 들으라고 다시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야. 스카웃, 변호사라는 일의 성격으로 보아 모든 변호사는 말이다, 정어도 평생에 한 번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건을 맡게 마련이란다. 내겐 지금 이 사건이 바로 그래. 학교에서 이 문제에 관해 기분 나쁜 말을 듣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나를 위해 한 가지만 해주렴. 고개를 높이 들고 주먹을 아래에 내려놓는 거다. 누가 뭐라고 말해도 성을 내지 않도록 해라. 어디 한번 머리를 가지고 싸우도록 해봐… 배우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건 좋은 거란다.”

“아빠, 우리가 이기게 될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도 해보지 않고 이기려는 노력조차 포기해버릴 까닭은 없어.”

“화장실에서 하는 그런 욕설은 상상력엔 별 도움이 되지 않지요. 하지만 그 앤 제 하는 욕설의 반도 알지 못하고 있더군요. – 나한테 갈보가 뭐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 말해주었나?”

“아뇨. 그 대신 멜번 경에 대해 말해주었지요.”

“이봐, 잭! 어린애가 무엇을 묻거든 제발 직접 대답해줘. 대답을 지어내지 말고. 애들은 역시 애들이지만, 답을 회피하는지는 어른들보다도 빨리 알아차리거든. 그리고 답을 회피하면 애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지.

“아빠, 아빠가 틀리셨는지도 모르잖아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글쎄, 모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줘야 돼.” 아빠가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야.

“그 분은 그런 식으로 네게 말씀하려는 거였어 – 젬, 이제 모든 것이 잘 되었어.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어. 할머닌 훌륭하신 귀부인이셨지.”

“귀부인이셨다고요?” 오빠가 고개를 쳐들었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빠에 대해 그런 말을 해댔는데요, 훌륭한 귀부인이라고요?”

“그래, 훌륭하신 귀부인셨어. 할머닌 세상 일에 대해 할머니 자신의 생각이 있으셨지.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생각이… 얘야, 네가 그때 이성을 잃지 않았어도 난 할머니께 책을 읽어드리도록 했을 거야. 난 네가 할머니에게 뭔가를 배우기를 원했다 – 손에 권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을 갖는 대신에, 참으로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배우길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새로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낼 때 바로 용기가 있는 거다. 승리란 드문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지. 겨우 98파운드의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할머닌 어떤 것,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할머닌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용기 있는 분이셨어.”

『인생을 훔친 여자』 – 그 이름에는 사랑이 스며 있으니까

직장이라는 것은 스포츠와 달라서, 퇴장해 있는 동안 다른 선수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규칙 자체가 바뀌어 자신의 위치가 흔들려 버리는 식이 대부분이다. 혼마 슌스케는 오늘 처음으로 휴직을 괜히 했다는 쓸쓸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

일의 순서로 봐서도 그녀가 세키네 쇼코로 변장한 건 가즈야와 결혼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가즈야와의 연애는 그 후의 일이었으니까. 그녀의 가짜 이름과 그 위에서 쌓아올린 가짜 생활 속에서 한줄기 틈이 생기자, 버려진 가즈야의 심정과 이마이 사무소 사람들의 놀라움이나 피해 같은 건 생각지 않고 자취를 감춰 버렸다.

혼마는 그녀가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그녀는 도망 다니고 있다. 아직 그 정체는 모르지만 집요하게 자신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그녀는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일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그녀는 혼자다. 누구의 말을 들을 필요도 없고 누구의 명령에 따를 필요도 없다.

밝은 꽃무늬 벽지를 한 장 벗겨 내면, 그 밑은 철근으로 지탱하고 있는 콘크리트 벽이 숨어 있다. 누구도 쉽게 돌파할 수 없고 무너뜨릴 수도 없는 벽이.

그 철근과 같은 존재 의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그녀는 그런 여자다. ▒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 되면 아내는 잠옷을 갈아입을 때 속옷에서 블라우스, 스웨터까지 한 번에 훌떡 벗고는, 다음날 아침 그대로 한 번에 입어 버리는 기술을 보여 주곤 했다. “여자가 칠칠치 못하게…” 하며 몇 번인가 잔소리를 했지만, “추운데 어떡해요. 당신도 한 번 해봐요, 따뜻하다니까”라며 웃기만 할 뿐 늘 그런 식이었다. 혼마는 아무리 아내처럼 해보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매번 셔츠나 속옷이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가끔 성공하기도 하지만, 왠지 불편해서 결국 다시 다 벗고 순서대로 갈아입었다. “알았다. 당신 몸이 굳어서 그래요”라는 아내의 말이 별로 좋게 들리지 않았다. 왠지, 아내한테 남편으로서 보기 흉한 모습을 보인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작년 가을 무렵이던가, 사토루가 옷을 입고 벗고 하는 것부터 생전의 아내를 따라하고 있다. 게다가 사토루 자신은 전혀 의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혼마의 지적을 받고 ‘에에?’하며 눈을 크게 뜨고 의아해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죽은 자는 산 자의 내면에 흔적을 남기고 간다.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벗어 던진 윗도리에 체온이 남아 있는 것처럼, 머리 빗 사이에 머리카락이 끼어 있는 것처럼 어딘가에 무언가 남아 있다.

세키네 쇼코한테도 그녀의 흔적이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신조 쿄코는 외로웠고 혼자였기 때문에 타인의 신분을 가로채는 짓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고 구원의 손길을 뻗어 주는 남자가 있었다면, 그녀는 신조 쿄코라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협력자의 손을 빌려 신조 쿄코로서 도망갈 일만 생각지 않았을까? 이름이란 타인들에게 불리고 인정받음으로써 존재한다. 곁에서 신조 교코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그녀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의 사람이 있었다면 그녀는 펑크 난 타이어를 버리듯 절대로 신조 쿄코란 이름을 버리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름에는 사랑이 스며 있으니까.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도 어려웠는 데다 좋은 기억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고 했어요. 게다가 어머니마저 아파트 주인하고 안 좋은 소문이 났었대요.”

… 중략

“그 얘기는 저도 들었지만 시이한테 직접 들은 적도 없고, 하도 소문이 많아서 믿지도 않았어요.”

“그런 일에 진실이나 증거란 게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소문으로 충분하죠.”

후미에가 코웃음을 쳤다. ▒

그는 그때의 세월을 다시 찾고 있는 듯했다.

“구름이 걷히고 초생달이 떠 있었어요. 저는 하늘을 보았지만 교코는 아래를 보고 있었어요. ‘달님이 바다에 빠졌어요. 저게 녹아서 진주가 되나 봐요’,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린아이 같았지요. 당장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그때 저는 교코가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 흥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교코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마음 한구석에서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혼마의 생각은 달랐다. 그 무렵 교코는 행복에 젖어, 미래에 대한 어두운 예감 같은 것은 할래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짓고 있었을 것이다.

교코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함으로써 구라타는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교코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것은 운명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줄 수는 없었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괜찮은 방법이다. 일부러 불행해질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

그러나 그에게서 떨어져 나와 다시 혼자가 된 신조 교코는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던 불행을 운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

“그 애가 카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착각 속에 빠졌기 때문이에요.”

“착각?”

“네, 착각이요.”

후미에는 양 손바닥을 활짝 펼치면서 말했다.

“돈도 없고, 학력도 없고, 별다른 능력도 없고, 얼굴도 그걸로 먹고살만큼 예쁜 것도 아니고 머리도 별로였고 삼류 이하의 회사에서 잡무만 보고 있었죠. 그런 사람이 마음속에서는 TV나 잡지나 소설에서 보고 들은 화려한 생활을 꿈꾸는 거예요. 옛날에는 그냥 꿈만 꾸는 걸로 만족하든지, 그게 싫으면 어떻게 해서든 꿈을 이루어 보려고 노력해 보든지 했겠지요. 그래서 실제로 출세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나쁜 길로 빠져든 사람도 있을 거예요. 옛날에는 아주 간단했어요. 방법이야 어쨌든 간에 자력으로 꿈을 이루든가 현 상태에서 포기하든가 둘 중에 하나였잖아요?”

타모츠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고, 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요샌 달라요. 꿈을 이루기가 힘들죠.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자니 너무 아쉽고, 그래서 꿈이 이루어졌다는 기분에 그냥 빠져들어 가는 거예요. 그러기 위한 방법이 지금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쇼코의 경우는 그게 우연히 쇼핑이나 여행같이 돈을 쓰는 쪽으로 간 것뿐이에요. 그런 걸 가볍게 도와주었던 게 신용카드와 사채였죠.”

“그 밖에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후미에는 웃었다.

“제가 알고 있는 방법으로는…, 글쎄요. 친구 중에 성형수술에 미친 애가 있었어요. 벌서 열 번도 넘게 얼굴을 고쳤을 거예요. 철가면처럼 완벽한 미인만 된다면 100퍼센트 인생이 장밋빛으로 변해서 행복해질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실제로는 아무리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도 행복 같은 건 쉽게 찾아와 주지 않는 법이죠. 어느 날 갑자기 멋진 남자가 찾아와 자기를 왕비처럼 받들어 준다는, 그런 착각을 하면서 몇번이고 수술을 받았어요. 다이어트에 미친 친구도 있었죠.”

타모츠가 눈을 크게 떴다. 혼마는, ‘당신은 행복하기 때문에 잘 모를 거예요’라고 했던 유미의 말을 떠올렸다.

“남자들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오히려 여자들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죠. 필사적으로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회사에 취직할는 것도 다 그런 거잖아요? 그것도 착각이에요. 다이어트에 미친 여자를 보고 웃을 자격이 없는 거죠. 모두들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거예요. 옛날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착각 속에 젖어들 만한 자금이 없었잖아요? 그 자금을 쏟아부을 대상도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대상도 종류가 적었어요. 예를 들어, 뷰티 살롱도 성형수술도 고급 브랜드를 열거한 카탈로그나 잡지도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뭐든지 있으니 꿈을 꾸려고 생각하면 간단해요.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잖아요? 돈이 많은 사람은 모르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쇼코같이 되는 거죠. 그 애한테 해준 말이 있어요. ‘너 구멍가게에서 푼돈을 빌려다 써도 쇼핑을 다니고 사치하고 고급품에 휩싸여 있으면 자기가 꿈꾸던 고급 인생을 실현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행복하지 않았었니’라고요.”

“그녀가 뭐라고 대답하던가요?”

“그랬었대요. 제 말대로였대요.”

후미에의 말을 들으며 타모츠는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쳤다.

“잘 모르겠지만…, 나한테도 그런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후미에는 미소지었다.

“당연하지요. 저 역시 그런 걸요. 단지 그 한계를 알았을 뿐이지만.” ▒